Thursday, November 09, 2006

이제는 미디어 2.0의 시대

파레토 법칙으로 불리는 80/20의 법칙은 오랜 기간 비즈니스 세계에서 황금률로 통용돼왔다.이 법칙은 매출의 80%가 20%의 진성고객 혹은 핵심 제품에 의해 발생되고 있으며, 총 생산량의 80%는 20%의 핵심 사원이 만들어 낸다는 이론이다. 하지만 디지털시대의 인터넷 시장에서는 20%의 경제 핵심이 아닌 80%의 소소한 고객들에 의해 매출과 이익이 창출됨으로써 기존의 파레토 법칙이 무너지고 있는 새로운 경험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를 `롱 테일(long tail)현상'이라 하는데, 미국의 아마존이나 구글ㆍ아이튠스 등이 대표적 사례이다.온라인 서점 아마존의 경우, 주 수익원은 20%의 베스트 셀러가 아니라 오프라인 서점에서 구하기 힘든 희귀 단행본 등에서 창출되고 있다. 구글의 주 수익원 역시 대기업군의 광고가 아니라 꽃 배달업체나 제과점과 같은 개미군단의 광고가 차지하고 있으며, 아이튠스도 20%의 히트곡이 아니라 80%의 틈새 음악시장에서 전체 매출의 50%를 거둬들이고 있다.이러한 롱 테일 현상은 미디어산업 분야에도 빠른 속도로 영향을 미치며, 미디어 2.0 시대를 선도하고 있다. 미디어시장에서 20%의 주류 미디어였던 TV나 라디오, 신문 등의 시장이 이미 정체기에 들어섰으며, TV방송시장의 경우에는 위성방송이나 케이블TV 등 뉴미디어 매체에서 제공하는 수백 개의 채널들로 인해 이미 롱 테일 현상을 체험하고 있다. 여기에 IPTV까지 가세할 태세다. 또한 과거에는 80%의 롱 테일(긴 꼬리) 부분에 해당돼 주목을 받지 못하던 포털, 온라인 영화, 게임, 웹 광고 등의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콘텐츠 측면의 롱 테일 현상도 만만치 않은 기세를 보이고 있다. 대형 미디어에서 제공하는 주류 콘텐츠 보다 오락성이 높고 라이프 사이클이 짧은 소규모 미디어와 개인 미디어에서 생산하는 트렌디 콘텐츠의 소비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낱개의 콘텐츠로 볼 때는 가치가 떨어지는 틈새 콘텐츠이지만 이들이 모여 덩어리를 이루면서 가치있는 시장을 창출해내고 있는 셈이다. 동영상 커뮤니티인 미국의 유튜브는 하루 업로드 되는 개인 영상물이 주요방송국 제작 프로그램 수를 상회하고 있을 정도다. 이러한 이유에서 국내의 판도라TV나 곰TV 등 동영상 기반의 서비스들 역시 주목받고 있다.콘텐츠 생산과 유통, 배급체계 또한 롱 테일 현상에 의해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과거와 달리 언제, 어디서나 콘텐츠의 실시간 소비가 가능해지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이제는 조간, 석간신문, 저녁 9시 뉴스를 기다리며 소비하는 행태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인기를 끌고 있는 YTN의 돌발영상은 TV프로그램이지만 인터넷에서 인기가 더 높다. 이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 TV방송시간을 기다리는 시청자는 많지 않으며, 인터넷 포털 뉴스 검색에서 쉽게 찾아 소비하고 있는 것만 봐도 이같은 흐름을 읽을 수 있다.유비쿼터스 시대가 도래하면서 사용자들이 언제 어디서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채널이 더욱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 분명해 이같은 조류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 같은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미디어기업들의 행보가 더욱 빨라지고 있는데 대표적 현상이 미디어기업과 포털의 결합이다. 루퍼트 머독의 뉴스콥 전략이 대표적 사례다. 뉴스콥의 핵심인 콘텐츠와 인터넷의 핵심인 개인적인 선택을 결합해야 한다는 것이다.우리는 더 이상 영국의 BBC방송을 단순한 방송사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BBC는 콘텐츠를 모든 매체와 기기를 통해 그들이 집에 있든, 이동중이든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변신을 추구하고 있다.국내 방송사 역시 포털과의 공생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SBS는 포털의 동영상 검색을 통해 자사의 방송 콘텐츠에 대한 사용자 접근을 크게 높이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야후코리아의 `YTN 뉴스'는 하루 최고 30만명이 댓글을 붙여 넣는 등 상당한 반응을 얻고 있다. KBS는 최근 미주 현지법인인 KBS Korea를 통해 아마존 닷컴과 제휴, 비디오 다운로드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힌 바 있다. 언박스 다운로드(Unbox download)로 이름 붙여진 아마존의 새로운 영상 서비스는 CBS, MTV, FOX 등 미국 주요 방송사와 20세기폭스, 소니픽쳐스 등 메이저 영화사들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이제 바야흐로 플랫폼이나 콘텐츠가 왕이던 시대에서 소비자들이 왕(Consumer is King)인 `미디어 2.0의 시대'로 넘어 서고 있다